시도해보지 않고는 누구도 자신이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 푸블릴리우스 시루스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도타2,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프로팀을 만들어봤고, 운영해봤던 입장에서 프로게이머를 정말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프로게이머가 되는 법'에 대해 진짜 프로씬에서 경험한 얘기를 해주고자 한다.
1. 유튜브, 네이버 끄고 게임 열심히 한다
아무리 유튜브랑 네이버에 '프로게이머 되는 법' 검색해봐야 학원 정보나 나오고,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이 알려주는 정보 정도나 볼 수 있다. 간접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실 내 인생에 큰 도움은 안 된다. 그러니까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그런 정보는 신경쓰지 말고, 게임만 미친듯이 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매일 새벽 늦게까지 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현실적으로 내가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정말 집중해서 하라는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건 절대 즐겜하지말고, 실력을 쌓기 위해 고민하면서 게임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실력이 는다.
2. 프로 대회가 있다면 무슨 게임이든 상관 없다
만약 페이커를 보고 프로게이머를 꿈꿨고, 롤이 너무 재밌다면 롤을 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꼭 롤이 아니어도 프로게이머들이 출전하는 대회가 있는 게임이라면, 무슨 게임이든 상관없다. 왜냐하면 각자의 재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롤을 진짜 죽어라해도 잘 못하는데, 배틀그라운드는 공방 뛰면 웬만한 애들은 다 잡을 정도로 잘한다면, 아무리 롤이 좋아도 배틀그라운드를 깊이 파는게 좋다. 잘하는 게임을 지금보다 더 잘해야 프로게이머 데뷔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무슨 종목이든지 기본적으로 프로게이머는 반응 속도나 순간 상황 판단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이가 어리면 분명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무조건 나이가 어려야만 할 수 있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종목에 따라 변수가 있긴 하지만,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아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른 부분에서 장점이 확실한 친구라면 나이가 몇이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30대 게이머들이 그 증거다.
4. 주변 얘기는 듣지 마라
우리나라에 프로게이머에 대해 잘 아는 사람 별로 없다. 이 얘기는 곧 내 주위 사람들 중 나한테 훈수 둘 수 있을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아직 좋지 않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고 얘기하고 다니면 칭찬과 격려보다 비난과 조롱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고 열망하는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은 도전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주변의 안 좋은 얘기에 신경쓰지 말고, 그냥 게임만 미친듯이 하는 것이 좋다.
5. 안되면 포기하는 것이 맞다
기본적으로 '겜잘잘'이다. 게임은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는 의미이다. 지금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 선수들은 전부 어디서 배우지 않고, 집에서 혼자 영상보고 따라해보거나 자기 생각대로 게임을 했는데 '그냥' 잘하는 학생이었다. 거기에 더 노력까지 더해서 데뷔한 것이다. 만약 내가 잠도 줄이고, 모든걸 쏟아부어서 게임을 열심히 했는데, 티어가 제자리라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맞다. 자기 실력을 자기가 객관화하는건 어렵고,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꿈을 포기한다는건 더 어렵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여야한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이 모여서 경쟁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어줍잖게 보고 듣고 한 정보로 프로게이머를 도전하려는 자신에게 훈수질을 한다면, 쉬이 무시해도 좋다. 그런 조언들은 내 인생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그저 혼자 게임 열심히 해서 랭킹을 올리거나 실력이 입소문이 난다면 알아서 프로게이머의 기회는 찾아온다. 프로팀들은 언제나 잘하는 선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집중해서 미친듯이 도전해보자.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노파심으로 덧붙이자면, 공부하기 싫어서 프로게이머를 하겠다는 얼빠진 학생은 진심으로 없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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