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게임단에 있을 때, 여러 학부모님들과 학교나 학원의 선생님들께서 학생들 중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는 학생이 있는데, 어떻게 진로상담을 해주면 좋을까요?라고 문의를 주시곤 했습니다. 이따금씩 왔기 때문에 대부분 답변을 드렸던 기억이 나는데요.
저와 같이 e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은 임요환, 홍진호 세대 때는 아니더라도(그 당시 아침마당 임요환 출연 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지금은 페이커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있는 데다가, 이 친구가 지상파 예능도 나오고, 뉴스도 나오고 하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인식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는 얘기지만, 사실은 우리만 잘 알지, 게임을 모르시는 분들은 잘 모릅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모른다는게 아니라, 단편적으로 프로게이머가 돈도 잘 벌고, 게임을 하는 직업인 건 아는데, 내 자녀가, 내 학생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얘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릅니다. 왜냐하면 제대로 설명해주는 곳이 없거든요.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봐도 기껏해야 프로게이머를 했었던 예전 선수들이 유튜브에 찍은 영상을 보거나 프로게이머학원 같은 게임 학원에 가서 상담해보는 정도 일건대, 이건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한 아이의 미래를 유튜브 영상 하나에 의존한다거나 학원 상담 한 번에 결정하는 건 쉽지 않겠죠.
모든 학생들의 경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짧은 글에서 뭐라고 딱 단정지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결국 프로게이머는 재능의 비중이 높은 직업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아무리 자신이 게임을 좋아하고, 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학생이 자기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고,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 학원에서 게임을 배우고 싶다고 얘기를 한다면 일단 자제시키고 집에서 게임을 시켜보시길 권장합니다. 왜냐하면 무슨 게임이든 관계없이 프로게이머가 될 정도의 재능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아도 눈에 띄게 잘합니다. 물론 이렇게 재능이 있는 학생이라면 애초에 학원에 보내달라고 안 했겠지만요.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냐면, 게임의 랭킹을 확인해보시거나, 학생이 당당하게 자신의 실력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못한다면 설득해서 다른 길을 찾으면 되고, 정말 만약에 잘한다면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보거나 프로게임단의 연습생에 지원해보는게 좋습니다. 그래서 결국 실력을 더 쌓아서 프로게임단의 연습생으로 들어갔다면 이제 1차 성공한 거고, 부모님과 선생님은 이제부터 성심성의껏 응원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이 단계까지 오는 학생은 정말 극히 드뭅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 프로게이머들을 경험해보니까 정말 재능 있고 의지가 강한 학생은 그 어떤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연습하고 실력 쌓아서 프로게이머로 데뷔합니다. 이건 학생의 성격, 성향의 문제나 집안 사정 등 자신의 현재 사정과는 무관하게 정말 이 악물고 도전해서 이뤄내는걸 두 눈으로 봐왔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운이 좋게 데뷔했지만 얼마 못 가서 은퇴하는 선수도 많이 봤고, 시간이 지나도 실력은 전혀 늘지 않는데 어설프게 프로게이머 한답시고 서성이는 망령(?)들도 엄청 봤습니다.
해서, 프로게이머를 진지하게 도전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 학생의 얘기대로 일정 기간은 전폭적으로 도와주시되, 만약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면 얼른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안되는거 계속 붙잡고 있으면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도전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얘기만 듣고 끝내지마시고, 스스로 공부하셔서 수시로 서로 대화를 해나가신다면 도전의 성패와는 관계없이 학생과 부모님 모두에게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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